중국을다시본다<6> : 우리정부에는 對中정책이 없다 / 2021년 1월호

관리자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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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정부에는 對中정책이 없다 

조현태 | 27회 


올해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중국에서는 신중국 성립 백주년(2049년)과 함께 두 개의 백주년 중 하나인 창당 백주년의 목표로 설정한 중산층 생활 수준의 전면적 샤오캉사회(小康社會) 건설을 자축할 것이다. 중국이 샤오캉사회에 도달했는가는 그들이 정하기 나름이지만, 미중 갈등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국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처해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창당 백주년을 맞이하여 중국 특색 사회주의 노선과 당(黨)의 영도(領導),시진핑 사상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Legitimacy)과 중국체제의 우월성을 내외에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진핑이 제시한 4개의 자신(自信 : 중국 특색 사회주의 노선 자신, 이론 자신, 제도 자신, 문화 자신) 자체가 자신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국내 언론통제와 해외 사이트를 차단한 만리방 화벽도 칠 이유가 없다. 

현실 사회주의가 70년만에 역사적 실패로 판명났지만 중국에서는 사회주의 실험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직도 중국이 시대착오적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고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체제 문제이다. 정치개혁 없는 경제개혁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말이다. 특히 권력 이양이 제도화되지 않아 후계자 지정을 둘러싼 권력투쟁이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을 불허한다. 『역사의 종언을 쓴 후쿠야마는 중국체제의 문제로 나쁜 황제(Bad Emperor) 딜레마를 지적했다. 좋은 황제가 있을 때는 매우 효율적이지만, 문제는 다음에도 좋은 황제가 나올지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맞서 있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세력전이(Power shift)가 일어나 미국과 패권경쟁이 시작된 가운데 국제사회에서 중국 위협론과 중국 붕괴론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해 패권국이 될 것인가? 이에 대해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이 과대 평가되었고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기는 멀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 내부에 문제가 많고 중국 경제의 지속성장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이 하드웨어는 갖췄지만 그것을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는 한참 낙후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이 글로벌 패권국이 되기는 요원하고 아직 책임있는 대국으로서 행동할 준비가 안되어 있지만, 적어도 동아시아에 있어서는 이미 지역적 파워가 되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우리 국익과 관련되는 중국의 대외정책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대외정책은 공세적(Assertive)으로 바뀌었고 만만한 상대에 대해서는 경제보복 등을 무기로 하는 샤프 파워(Sharp Power)를 휘두르고 있다. 중국의 고압적이고 오만한 자세에 대해 국제적 비난이 크지만 중국은 거기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자고로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중국은 대국 쇼비니즘과 자국 이기주의에 따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제법도 무시하는 나라이다. 사드 문제에서 봤듯이 중국은 대국으로서의 포용성 또는 관대함을 보여주기보다는 자신의 힘을 배경으로 협박하거나 극도의 실리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반복해서 천명하고 있지만, 워싱턴 전략가들은 중국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변경하려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중국의 장기적 전략목표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출하는 것이라는 광범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있다. 


시진핑 방한의 배경과 의도 

금년 한중관계의 최대 이벤트는 시진핑 방한이다. 시진핑 방한의 배경과 의도를 놓고 말이 많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의 대중 압박에 동참하지 말라는 메시지이다. 중국은 한미동맹이 지역동맹으로 발전해 한국이 미국의 중국포위망의 전초기지가 되는 것에 반대한다. 따라서 중국의 대한 접근은 ‘조건이 분명한 호의’로 봐야 하고, 언젠가는 중국이 호의에 대한 대가성 계산서를 내밀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정세는 기본적으로 미중관계의 함수이지만 북한과 북핵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김정은이 트럼프를 만나기 전에 북경으로 달려간 것이나, 미국이 중국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대북 무력 사용을 주저하는 것은 모두 중국의 위상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구조적 존재’이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은 더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이다. 중국은 정전협정 당사국이고 북핵문제에서 평화적 협상이나 최대 압박 모두 중국의 협력과 적극적 참여가 불가결하다. 중국은 사실상 한반도 평화의 ‘보증인’ 역할을 갖는다. 

이러한 지정학적 현실에서 우리는 중국의실체와 의도를 모르고 희망적 사고에 빠져 있었다. 중국의 의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오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과도하게 평가해 시간만 허비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한 번 정한 입장과 전략을 고수해 우리가 양보하고 배려한다고 해도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추진을 주장해온 중국이 북한체제보장을 빌미로 한반도에서 미국세력을 축출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4자회담을 통한 평화체제 협상과정에서 중국이 한미가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들고나오면 비핵화는 물건너가고 한반도 영구분단을 획책하게될 것이다. 


원칙외교, 예방외교 필요 

중국은 지리적·역사적·문화적으로 가깝고, 싫든 좋든 옆에서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그런데 한국의 역대 정부에서는 국가 및 정부 차원의 대전략(大戰略)은 물론 대중정책이 없었고 그것을 대북정책의 종속변수로 다뤄왔다. 대중정책 목표가 설정되지 못하니 중장기 대중전략도 세워질 수 없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제질서 재편과 세력 전이, 미중간 경쟁과 협력 전망 등에 대한 인식 차이, 이념적 입장에 따라 시각차가 커 대중정책에 대한 국내 컨센서스도 부재한 상태이다. 중국 외교당국자와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중정책이 모호하여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고백하고, 이 때문에 한국 정책결정자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이제 미중 패권경쟁이 신냉전과 편가르기 양상을 보이면서 우리에게도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생존전략의 문제이며 우리 외교의 최대 도전이다. 한미동맹이 없으면 중국이 우리를 무시할 것이고, 중국이 지역 패권을 장악하는 날 우리는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입지와 외교적 대응을 토론해 온 학계 에서도 아직 컨센선스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관계가 양립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이 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외교적 상상력이 요청되고 있다. 냉정한 관찰, 이성적 판단, 현실적 선택을 위해 중지를 모을때다.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나 강대국간 세력 전이, 동북아 안보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편에 편승(Bandwagon)하는 것 은 위험하다는 데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세력 전이론이나 공격적 현실주의론 등에서 논하는 바와 같이 미중 충돌 불가피론에 근거하여 한쪽 편에 가담하는 것은 최대한 배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가 미중간에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취하는 것은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잃어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그렇다고 사안별로 대응하기에는 능력부족이고 미중갈등에 쉽게 휘말릴 우려가 있다. 

남은 선택지는 미리 선긋기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소국 외교는 힘에서는 밀리더라도 명분과 논리에서 만이라도 져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바로 예방외교, 원칙외교이다. 양국간 갈등이 외교 현안으로 부상되는 순간 우리는 강대국의 논리에 끌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안에 따라 반응하기 보다는 규범과 원칙에 대한 입장과 기조를 확립하고 일관성있게 유지하여 미중이 예측하고 나아가 양해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원칙없는 타협과 실리 추구, 현실을 무시한 원칙 고수를 모두 경계해야 한다. 원칙과 유연성을 동시에 고려하되 배짱도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가 강대국 게임에 말려들지 않고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중갈등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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