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조초대석] 유자효(19회) - 詩는 평생을 두고 해야 할 일

사무국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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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평생을 두고 해야 할 일

유자효(19회·(사)한국시인협회 회장)


詩가 사라진 세상, 散文의 시대를 넘어 지금은 영상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詩란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늦겨울이라고 할까, 초봄이라고 할까. 

2월 치고는 제법 많은 눈이 내 린 날, 창덕궁 건너편 (사)한국시인 협회 사무실로 유자효(19회) 동문을 찾았다. 

유 동문은 2022년 4월에 한 국시인협회 회장으로 취임해 2년간 의 소임을 마치고 3월 말 퇴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 동문을 만나면서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부산고 넥타이 핀이었다. 

옷차림에서도 부산고를 사랑하는 마음이 드러나 보였다. 우리나 라를 "詩의 나라라 칭하며 테크놀로지, 인공지능 등으로 인간성이 황폐 화되고 있는 이 시기에 어떻게 하면 우리 詩의 미래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는 유 동문을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재임기간 협회의 주요 성과를 소개한다면?

내가 회장으로 취임한 22년 4월에는 코로나로 위축되었던 문단이 억눌려 있던 외부활동에 대한 욕구가 솟구치고 있을 때였다. 

상황적으로 외부 활동을 많이할수밖에없었다. 

우리나라 詩의 날은 육당 최남선 선생님이 『해에게서 소년에게』 를 발표한 11월 1일이다. 지난해 11월 1일에는 광화문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 옆에서 야외 낭송회를 열었다. 

<광화문에서 詩를 노래하다>라는 행사였는데, 광화문 광장이 정치적인 이슈가 아니라 시와 노래가 울려 퍼지는 모습이 연출되었고, 시민들의 호응도 엄청 좋아서 '앞으로는 광화문에서 행사를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특히,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은 지난해 작고한 김남조 시인의 부군 되시는 김세중 교수가 조각한 것이기도 하다.

22년 가을에는 부산 유엔묘지 참배 행사를 진행했었다. 11회이신 김민부 시인과 김종철 시인의 시비도 참배를 했다. 

또, 현재 시단의 큰 문제점 중의 하나인 <시의 난해성>에 대한 세미나도 진행했고, 부산고를 방문해 3학년들을 대상으로 특강도 했다. 

행사에 많은 도움을 주신 교장선생님과 학교에 다시 한번 감사 말씀을 전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가 어렵고 곳곳에 난민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문학의 집 서울에서 난민 돕기 바자회를 진행해 2천만 원에 이르는 수익금을 유엔난민 기구에 기부하기도 했다.

2년 재임기간은 오롯이 나를 불태운 시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시, 시단, 시인을 위해서 봉사한, 여한 없는 나날이었다.


한국시인협회 회장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지난해 3월에 있었던 프랑스 방문 행사를 꼽을 수 있겠다. 

세계 시의 날이 3월 21일인데, 주불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시인협회와 프랑스시인협회가 공동으로 협력해서 처음으로 시행한 행사였다. 

한국 시인 20여 명, 프랑스 시인 80여 명이 참석했고, 프랑 스시인협회의 '장 샤를 도르주' 회장과 나는 양국 작품 교류를 위한 상호 협력 협정서에 서명했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3월에 '시인의 봄' 행사를 진행하는데, 파리 시테대학교에서는 행사 주제를 '한국시와의 만남'으로 해서 한국학과 학생들이 한국말로 詩를 쓰는 행사를 진행했다. 

엑스 마르세유 대학교 대강당에는 한국시 낭송행사로 사람들로 가득 찼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케이팝 이후에 한국 붐이 상당해 한국학과 지망생이 일본, 중국학과를 이미 넘어선 상태고, 매년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시를 프랑스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지금까지 프랑스에서는 한국 시인의 시 50여 편이 발표되었고, 양국 간 작품 교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시인협회의 역할과 비전은?

한국시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문인 단체이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단체다. 

우리나라는 詩의 나라라고할 만큼 시에 대한 열정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시가 퇴조하고 산문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는데, 한국만은 그렇지 않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나라이며, 시낭송에 대한 열기도 대단하다. 

이런 詩의 나라를 대표하는 단체가 바로 한국시인협회다. 

시인은 예로부터 가난의 대명사인데, 이런 시인들의 대우와 복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또한, 文壇, 詩壇이 전반적으로 노후화되고 있는데, 젊은 시인들을 영입하기 위한 활동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일곱 번째 감각』 이라는 젊은 시인들만의 시집을 내기도 했고, 풀꽃 문학관에서 시낭송회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나이 들어 은퇴 이후에 등단을 하는 일반인들도 부쩍 많아졌다. 한국시단에 이런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퇴임 후에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프랑스에서 불어 시집이 나올 예정인데, 인도, 중국에서 단편적으로 발표된 적은 있지만, 시집이 외국에서 나오는 건 처음이다. 세계 시단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시를 해외에 알리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한동안 협회 일로 바빴는데, 당분간은 詩를 쓰는 일에 몰두할 생각이다.


詩人이 된 계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도단위 대회에서 상을 받은 게 글을 쓰는 시작이었다. 

부산중학 3학년 때 교내 백일장에서 장원을 했었고, 부산고등학교에 진학하니 특활활동이 의무사항이라 문예반에 가입했고 백일장을 다녔다. 

1학년 때 진해 군항제 장원을 시작으로 마산문화제에서 연속 장원을 하면서 습작을 계속하게 됐다. 

대학 4학년 때 KBS 기자로 언론사 생활을 시작했고, 언론인과 시인을 평생 병행하고 있다. 

지금도 불교신문 논설위원을 하고 있다. 

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입선했고,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72년 시조문학에 추천완료 됐다.


동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산고는 문학적 전통이 강한 학교다. 

시인이며 번역가이신 송영택 선배님(5회), 부산고 재학 중에 신춘문예에 당선했던 '기다리는 마음'의 김민부 선배님(11회), 한국문인협회 회장을 지내신 성춘복 선배님(부산중 8회) 등 훌륭한 문인들이 많이 있다.

또, 우리나라의 詩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분들께 헌정하는 명예시인 제도가 있는데, 1호, 2호, 3호가 전부 부산고 동문들이다. 

1호가 김성우 선배님(6회), 2호가 김수남 선배님(9회), 3호가 박성훈 선배님(16회)이시다. 

이렇게 훌륭한 문인들이 많이 배출되기도 하고, 문학에 기여한 동문들이 많은 곳이 바로 우리 모교다. 

언어 이전에 시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들의 생각과 영감이 바로 詩인 것이다. 

詩는 평생을 두고 해야 할 일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하면 더 좋은 일이기에 자신의 경험을 습관처럼 시로 쓰면 참 좋을 것이다. 

詩가 生의 기록이 되고 자서전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위대한 성인들은 위대한 시인이었다. 

붓다도 설법을 한 뒤에는 게송으로 정리했고, 성경 구약에 시편이 있고, 신약에서 예수가 말씀하신 것은 모두 詩다. 

공자도 詩經을 편찬했다. 예로부터 詩를 경전의 수준으로 본 것이다. 말의 기초이고 평생의 교양이 된다.


정리_조철제 (44회 · 『청조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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