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주의 생활명상생기 넘치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

계절의 변화에도 마음 쓰면서 주변을 둘러보시길

사람은 참 요상하다. 계절마다 마음이 달라진다. 봄에는 열리는 듯 설레고 여름은 풀리는 듯 느슨해진다. 가을은 다시 닫히는 듯 움츠려지고 겨울은 아예 닫아 그 속에 갇힌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사계절이 마음마저 바꾸고 생활도 그에 따라 활발해졌다, 게을러졌다, 움츠러들었다, 위축된다. 겨울은 활동이 뜸하다. 춥기도 하지만 마음도 좁아지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무엇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잘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따뜻한 집안에 앉아 가족끼리 오손도손 가까이하는 생활이 많아지고 안온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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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속에서 피는 봄 

봄이 오면 달라진다. 다시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고 뭔가 집에 가만히 있는데 그치려 하지 않는다. 사춘기 아이들처럼 밖으로 튀어 나가고 싶어진다. 따뜻한 햇빛 아래 있으면 몸도 따사해져 몸부림치듯 활기차게 움직이려 한다. 마침 주변 나무 잔가지에 푸른 물이 오르고 노란 산수유나 하얀 매화 그리고 붉은 동백꽃이 피어나면 더욱더 나가고 싶어진다. 꽃놀이라도 하면서 활달하게 지내고 싶어진다. 두껍고 무거운 옷 대신 얇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으면 몸도 자유로워지면서 걷는 다리 또한 가뿐하고 경쾌해진다.

비라도 내리면 봄이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눈이 오면 피하지 않고 가만히 맞는다. 바람 따라 날리는 하얀 눈은 옷에 쌓여도 쉽게 젖지 않고 훅 불면 날아가 버리고 손으로 털면 흩어져 없어진다. 비는 다르다. 조금만 내려도 머리도 얼굴도 옷도 마음마저 젖기에 우산을 써야 한다. 그래도 봄에 내리는 비는 이슬비든 가랑비든 보슬비든 추위를 몰아내고 얼었던 땅을 녹여주고 나무와 풀이 되살아나게 한다. 차지 않는 따뜻한 느낌으로 봄을 더욱 봄답게 만든다.

봄이 늘 평온한 것만은 아니다. 이미 지나간 겨울이 다시 되돌아 와 시비를 걸기도 한다. 찬 바람이 시샘하듯 불고 서로 부딪쳐 회오리가 되기도 한다. 가벼운 눈이 내리는가 하면 우박이 쏟아져 계절을 거꾸로 돌리려는 듯 야단도 친다. 따사하고 부드러운 봄이 잠시 주춤해지나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이미 튼 싹, 생기 오른 풀, 연둣빛으로 새롭게 돋아나는 이파리, 일찍 피는 오색찬란한 꽃들이 서로 아우성을 치면서 일으키는 봄바람이 가다 되돌아오는 겨울의 아쉬움을 어루만져 고분고분하게 만들어 더 이상 돌아보지도 못하게 한다.

비로소 봄을 느끼면 더 이상 추위 위세에 억눌린 채 움츠리지 않고 가고 싶은 곳으로 마실 가서 오는 봄을 즐길 수 있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들과 산, 강과 바다로 쉽게 나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보면 비로소 마음속에 갇힌 겨울조차 말끔히 사라진다. 계절이 만든 추위지만 마음속에 남은 겨울마저 없애야 비로소 봄이 오는 것이다. 봄은 여자 치맛자락에서 온다는 말이 있다. 여자는 봄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쉽게 보내기도 하지만 남자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받아들이고 어렵게 보내는 것 같다. 아마도 계절 감각이 그만큼 섬세하지 못한 듯하다.

계절에 대한 변화도 세상 변화 못지않게 빠르게 적응 극복하면서 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세상사에 너무 많이 시달리면 계절이 오가는 것도 모른다. 어느 날 문득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었나 되돌아보면서 지난 세월과 추억에 대한 향수를 자주 느낀다면 평소 자기 마음을 너무 무시하고 사는 건 아닌지, 삶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마저 뒤따른다면 살아 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순간의 시간과 계절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은 아닌지 둘러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난방과 냉방이 번갈아 지켜주는 아파트와 사무실만 오가며 잠과 일에 이끌려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생명을 살리는 자연과 세월을 알리는 계절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이다.

문용주(25회, 참살림수행원 원장 · 시산문학작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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