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소식25회 동기회 - 철원 봄 소풍

2026년 4월 29일, 25회 동기회(회장 김순환)는 철원으로 봄 소풍을 떠난다. 오늘따라 봄날인데도 비 온 뒤 가을처럼 맑고 쌀쌀하다. 푸른 하늘에는 새털이 간간이 덮여 있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비행기가 꼬리 뒤로 하얀 행적을 남기니 부드럽고 가지런한 털마저 흩트려버린다. 전철을 향한 빠른 걸음은 고유가 여파로 유난히 복잡해진 출근길을 더욱 번잡하게 만든다. 비좁은 틈새에 끼여 숨조차 깊이 쉬지 못하는 사이, 도착한 사당역에서 밀집 방어하는 승객들의 빈틈을 뚫고 내려 공용주차장에 기다리고 있는 빨간 버스를 겨우 찾아 앉았다. 지금쯤 양재역에서는 또 다른 무리의 친구들이 파란 버스에 앉아 설레는 마음으로 봄 소풍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9시 10분 출발한 버스는 러시아워 강남을 통과, 서울을 빠져나오는 데만 40분은 족히 걸렸다. 잠시 옆에 앉은 친구와 얘기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지나 목적지에 다다른다. 차 반장의 안내가 끝나자마자 오늘의 소풍길 시작 지점인 철원 갈말읍 드르니마을에 도착했다.

잠시 화장실에 들러 장도의 걸음걸이를 위한 준비를 하고 모자, 물, 가방을 단단히 챙긴 뒤 한탄강 주상절리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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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록되어 있을 만큼 협곡과 계곡이 잘 보존되어 있고, 시설과 데크길도 편리하게 정비되어 있다. 폭 1.5m, 길이 3.6km의 협곡과 순담계곡 절벽에 걸쳐 용암이 흐르다 식은 검은 현무암이 세로로는 기둥 모양으로 굳어져 주상절리가 되고, 가로로는 판 모양으로 굳어져 수평 절리가 되어 갖가지 형태로 곳곳에 펼쳐져 있다. 협곡 절벽 사이사이 철원평야를 군데군데 가로질러 흐르는 개울이 더 이상 갈 길을 잃고 가느다란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모습이 볼만했다.

오랜 친구들과 밀렸던 정담을 나누며 자주 구경할 수 없는 귀한 풍경들을 구경하고, 익어가는 세월의 아쉬움을 서로 나누며 절벽과 허공을 가로지르는 잔도와 다리를 힘들게 오르락내리락 걷고 넘었다. 스카이전망대 세 곳을 거치니 벌써 출구가 나온다. 예상보다 먼 길을 걸은 탓인지 먼저 온 친구와 부인들 모두 의자에 앉아 편안히 쉬고 있다. 그 사이, 북쪽에서 차가운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무르익은 봄을 식힌다.


버스를 타고 10분쯤 가니 식당이 나온다. 75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니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꽉 찬다. 미리 준비한 얼큰한 민물매운탕과 풍미 깊은 불고기를 철원 막걸리, 소주, 맥주 반주에다 향기로운 코냑과 함께 곁들이니, 자리는 시끌벅적하고 배는 딴딴하게 부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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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나오니 바로 앞에 고석정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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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 한가운데 홀로 우뚝 솟은 큰 바위가 예사롭지 않다. 조선 시대 장사로 소문난 임꺽정이 이곳 동굴에 숨어 지냈다는 전설이 바위를 더 우람차고 기괴하게 만든다. 마주 보는 절벽 위에 세운 정자와 어우러진 모습이 매우 멋있다. 옛 선비들이 자주 찾아 시와 그림을 즐기고, 사진이나 영화 촬영지가 될 만큼 인상적이다.


궁예와 왕건의 발자취가 어린 철원 먼 길까지 왔으니 그냥 가기 아쉬워 잔잔한 호수로 잘 알려진 산정호수로 향했다. 호수 앞 넓은 공터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잔잔히 머문 호수를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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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잎 파릇파릇 새롭게 돋아나는 생명의 계절에 명성산 아래 새순으로 뒤덮인 호숫가, 하얀 이팝나무 꽃잎과 함께 추억 흩날리는 둘레길을 걸으며 옛 시절 앳된 처녀와 연애하던 기억을 다시 소환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도 있고, 맑고 고요한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찻집 카페에서 봄바람 따라 무심히 지나가는 세월과 인생을 얘기하며 또 다른 봄을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맞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윽한 커피 향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도 있었다.

 

귀경길로 되돌아선 두 차는 각기 출발지를 향해 분주히 떠났다. 큰 즐거움을 안겨준 이번 봄나들이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줄 가을 소풍으로 바통을 넘겼고, 우리는 아쉬운 작별을 했다. 친구 54명과 부인 21명, 총 75명이 참가한 행사를 위해 철저한 사전 계획과 장시간 준비로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김섭정 총무, 버스 대절 비용을 선뜻 지불해 준 김순환 회장, 향기 좋은 꼬냑 2병을 후원해 준 정종철 친구, 산에서 캔 칡순과 쑥튀김을 준비해 와 봄맛을 보여준 성진섭 친구, 지루하지 않게 친절한 안내 서비스를 아끼지 않았던 차 반장들과 좋은 사진 많이 남겨준 찍사들, 그리고 이번 행사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방면으로 도움을 준 친구들에게도 감사드린다. 가을 소풍 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글_문용주(25회 · 시인, 참살림수행원 원장, 시산문학작가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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